
INTERVIEW · 중구
활자 하나 비면, 문장이 안 섭니다
김 대표2대째 활판 인쇄소 · 을지로 인쇄 골목
을지로 인쇄 골목에서 아버지의 활판 인쇄기를 다시 돌리는 2대째 인쇄소. 디지털 시대에 납 활자로 명함을 찍는 이유를 물었다.
Q아버님이 하시던 인쇄소를 이어받으셨다고요.
아버지가 1980년대에 이 골목에서 시작하셨어요. 저는 회사를 다니다가 아버지가 몸이 안 좋아지시면서 들어왔습니다. 처음 1년은 오프셋 인쇄만 했고, 창고에 덮어 둔 활판 인쇄기를 다시 꺼낸 건 그다음입니다.
Q왜 다시 활판이었습니까?
어느 날 청첩장을 맡기러 온 손님이 종이를 손으로 쓸어 보더니 "눌린 자국이 있는 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활판은 글자가 종이에 눌려 들어가요. 손끝에 남는 인쇄. 그게 요즘 사람들한테는 오히려 새로운 거였습니다.
Q작업은 어떻게 합니까?
원고를 보고 활자를 한 자씩 골라 와서, 줄을 맞춰 판을 짜고, 잉크를 발라 한 장씩 찍어요. 명함 한 판 짜는 데 한 시간 넘게 걸리기도 합니다. 활자 하나만 비어도 문장이 안 섭니다.
컴퓨터로는 글자를 지우면 그만인데, 여기선 빠진 활자를 찾을 때까지 판을 못 닫아요. 그래서 한 글자 한 글자가 귀합니다.
Q을지로 재개발 이야기가 계속 나옵니다.
걱정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이 골목은 종이 가게, 제본소, 박 찍는 집, 재단소가 걸어서 5분 안에 다 있어서 돌아가는 동네예요. 한 집이 빠지면 다른 집도 일이 줄어요. 그래서 요즘은 골목 사람들끼리 일감을 서로 넘겨줍니다.
Q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요?
체험 수업을 조금씩 열고 있어요. 자기 이름을 직접 활자로 골라 찍어 가는 수업인데 학생들이 제일 좋아합니다. 이 기계가 계속 돌아가려면 이걸 아는 사람이 많아져야 하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