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ERVIEW · 성동구
구두가 발에 맞춰야지, 발이 구두에 맞추면 안 되죠
박 대표수제화 공방 · 성수동2가
성수동 구두 골목에서 38년. 공장이 떠나고 카페가 들어선 골목에서 아직 망치 소리를 내는 공방을 찾았다.
Q공방 문을 연 지 얼마나 되셨습니까?
열여덟에 이 골목 공장에 들어왔으니 따지면 38년입니다. 제 이름 걸고 문을 연 건 2009년이고요. 그때만 해도 이 길에 구두 공장이 수백 곳이었어요. 지금은 손에 꼽습니다.
Q골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공장 자리에 카페가 들어오고 주말엔 줄이 섭니다. 처음엔 서운했는데 요즘은 고맙기도 해요. 지나가던 젊은 사람들이 창 너머로 망치질하는 걸 보고 들어옵니다. 구두를 맞춰 신어 본 적 없는 세대가 "이걸 사람이 만드는 거예요?" 하고 물어요.
Q맞춤 구두는 어떻게 만듭니까?
발을 재는 데서 시작합니다. 길이, 둘레, 발등 높이, 양발 차이까지 열두 군데를 잽니다. 사람 발은 양쪽이 같은 적이 거의 없어요. 그 숫자로 나무 골을 깎고, 가죽을 재단하고, 손으로 꿰매서 바닥을 붙입니다. 한 켤레에 보통 3주가 걸려요.
기계 구두는 발이 구두에 맞춰야 하고, 손 구두는 구두가 발에 맞춥니다. 차이는 그거 하나예요.
Q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습니까?
한쪽 다리가 조금 짧은 분이 계셨어요. 기성화를 신으면 허리가 아프다고. 굽 높이를 양쪽 다르게 하고 안쪽에 깔창을 덧대 맞춰 드렸더니, 다음 달에 "처음으로 오래 걸었다"며 다시 오셨습니다. 그 말 들으려고 이 일 하는 것 같아요.
Q성수동에서 공방을 지키는 힘은 어디서 나옵니까?
버틴다기보다 같이 갑니다. 옆 가죽 가게, 굽 공장, 칼 가는 집이 다 이 동네에 있어요. 하나라도 빠지면 구두가 안 나옵니다. 그래서 요즘은 젊은 브랜드와도 같이 일해요. 디자인은 그쪽이, 바닥은 우리가.
Q독자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신발장 열어서 제일 오래 신은 구두를 한번 보세요. 뒤축이 닳았으면 버리지 말고 들고 오세요. 굽만 갈아도 몇 년 더 신습니다. 고쳐 신는 게 제일 좋은 경제예요.


